2026년 현재 한미일 안보협력은 겉으로는 강화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선택적 디커플링’과 전략적 자율성 확대라는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냉전형 단일 동맹 체제가 아니라 안보·경제·기술 영역별로 결속과 이탈이 교차하는 복합 구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협력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의 성격은 과거와 달라졌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더 큰 군사적 부담과 전략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동맹국들은 자국 산업과 경제 이해관계를 고려한 제한적 협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디커플링(decoupling)’ 개념이 과거의 전면적 탈중국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중심으로 변화한 점이 핵심이다. 미국조차 중국과의 완전 분리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첨단기술·반도체·군사 공급망 분야만 선별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도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강화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방위비 확대와 공급망 재편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2026년 미국 국가방위전략(NDS)은 동맹국의 ‘자강 능력’을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더 큰 방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일본은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국가다. 방위비를 GDP 대비 2% 수준까지 확대하며 사실상 ‘전후 체제 탈피’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군사 일체화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유지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다 복합적인 입장이다. 안보 측면에서는 북중러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 내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여전히 높다.
실제로 북중러 전략 연대 강화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가속하는 직접 요인이 됐다. NATO와 미국 전략가들은 러시아-중국-북한 간 군사 협력이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를 연결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한미일 협력이 곧바로 ‘아시아판 NATO’로 발전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첫째, 역사 문제와 국내 정치 변수다. 한국과 일본의 정권 변화에 따라 협력 강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둘째, 경제 이해관계가 다르다. 미국은 공급망 분리를 원하지만,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 셋째, 미국 내부의 전략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2기 이후 미국 외교안보 기조는 동맹 비용 분담과 자국 우선주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2026년 한미일 동맹의 본질은 ‘완전 결속’보다 ‘조건부 연대’에 가깝다.
군사안보에서는 중국·북한 견제를 위한 협력이 강화되지만,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대중 관계 관리를 병행하는 ‘부분적 디커플링’이 진행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한미일 협력이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라 공급망·AI·반도체·우주·사이버 영역까지 포함한 ‘기술안보 동맹’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각국의 경제 현실과 국내 정치가 이를 제약하면서, 한미일 체제는 당분간 “강화되는 협력과 확대되는 균열”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