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순항미사일까지 동원한 대규모 ‘위력시위’
김정은 “힘이 곧 평화…무인기·국방 AI 최우선 과제”
전날 원산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 발사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600㎜ 초대형 방사포의 대규모 동시사격과 자폭 무인기 공격을 공개하며 대남·대미 군사력을 과시했다. 한국군 최전방소초(GP)와 K9 자주포,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을 형상화한 모의 표적을 무인기로 공격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전날 열린 ‘무인항공기술발전-2026’ 전시회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전시회에서는 전술 자폭무인공격기와 전술순항비행탄 사격, 다목적 무인기의 공습과 함께 600㎜ 다연장방사포병대대의 전투사격이 진행됐다.
북한은 600㎜ 대구경 방사포를 ‘저격수’라고 표현하며 초정밀 타격 능력을 강조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다수의 600㎜ 초대형 방사포가 동시에 발사되는 모습과 무인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등이 담겼다.
군사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격에서는 600㎜ 초대형 방사포 15발이 동시에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이 정도 규모의 초대형 방사포 동시사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북한은 자폭 무인기의 실제 공격 대상을 연상시키는 모의 표적도 공개했다. 한국군 GP를 비롯해 대포병레이더와 K9 자주포,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형상화한 것으로 분석되는 표적들이 무인기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유사시 한미 지상전력과 전방 군사시설을 무인기와 장거리 화력으로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전술 자폭무인공격기와 다목적 무인기에서 발사한 공대지 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이 섬 표적을 명중시켰다며 무기체계의 성능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전시회에서 무인기 전력을 북한군 현대화의 핵심 분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힘이 곧 평화이고 평화는 힘으로만 담보된다”고 주장하면서 무인항공기술과 국방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또 무인 무장장비의 AI 적용과 작전 능력 고도화를 군 현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시회에는 전략·작전전술급 다목적 무인기와 자폭 무인공격기 등 다양한 무인체계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형상을 적용한 무인기와 1인칭시점(FPV) 자폭드론 등 30여종 이상의 무인기가 공개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무인기와 AI 기술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찰과 감시는 물론 자폭공격, 미사일 발사, 지상군 지원 등으로 무인기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600㎜ 초대형 방사포도 한반도 군사정세에서 주목되는 무기체계다. 북한은 이 방사포에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 정보당국도 북한의 600㎜ 초대형 방사포 전방 배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북한의 이번 무력 과시는 실제 미사일 발사와도 연결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9일 낮 12시30분께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약 250㎞를 비행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당시 발사체 역시 600㎜ 초대형 방사포인 KN-25 계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도 동행했다.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 김성기 국방상, 조용원·조춘룡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 당·군 핵심 인사들도 참석했다.
북한은 행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개된 시설과 주변 구조물 등을 토대로 지난해 북한 공군 창설 80주년 행사가 열렸던 원산갈마비행장 일대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