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equipment rests beside a rugged armored vehicle as a fire burns among the ruins.
미군, 화염에 녹지 않는 전투복과 난연 특수복 운용…한국군도 난연·적외선 위장 기술 개발
전쟁터에서 군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총탄과 포탄만이 아니다. 폭발로 발생하는 순간적인 화염과 전차·장갑차 내부 화재, 연료 폭발 등도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킨다. 특히 군복이 불에 녹아 피부에 달라붙으면 화상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 군복은 단순한 위장복을 넘어 화염과 열로부터 장병을 보호하는 첨단 개인보호장비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난연성 섬유와 기능성 전투복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미국 군복, 화염으로부터 생존 가능성 높인다
미 육군은 일반 전투복인 ACU(Army Combat Uniform)와 별도로 난연 기능을 갖춘 FR ACU(Flame Resistant Army Combat Uniform)를 운용하고 있다.
미 육군의 공식 장비 자료에 따르면 일반 ACU는 나일론 50%와 면 50%를 혼합한 소재를 사용한다. 반면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장병에게는 화염으로 인한 화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난연 전투복이 지급된다.
미군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은 ‘노 멜트, 노 드립(No Melt, No Drip)’이다. 높은 열에 노출되더라도 원단이 녹아내리거나 녹은 섬유가 피부에 달라붙는 현상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다만 일반 전투복의 비융착 성능과 난연 전투복의 화염 저항 성능은 구분해야 한다. 녹지 않는 소재라고 해서 불에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 육군은 난연 전투복의 보호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인체 모형에 전투복을 입히고 화염에 노출하는 시험도 실시해 왔다. 2010년 미 육군이 공개한 자료에는 약 4초간 화염에 노출하는 시험을 통해 화상 위험을 평가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전차 승무원과 항공기 승무원을 위한 특수 군복에는 더욱 높은 수준의 화염 보호 기술이 적용된다. 미 육군의 개선형 전투차량 승무원복(iCVC)은 난연 섬유를 사용하고 목과 신체 주요 부위의 보호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군 전투복, 착용성과 위장성에서 생존성 중심으로
한국군의 전투복도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과거 면 중심의 군복에서 합성섬유 혼방 전투복으로 발전하면서 내구성과 건조 속도, 착용 편의성 등이 개선됐다. 디지털 위장무늬 도입 이후에는 시각적 위장 성능도 중요한 기술 요소가 됐다.
그러나 합성섬유의 화재 취약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2021년 공개한 난연 특수 전투복 관련 자료에서는 당시 한국군 전투복에 사용되던 폴리에스터와 레이온 혼방 소재가 화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폴리에스터 등 일부 합성섬유는 높은 열에 녹아 피부에 부착될 수 있어 화상 피해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일반 전투복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융착 소재 개발을 추진해 왔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군 복무여건 개선사업 평가 자료에도 관련 개발 방향이 제시돼 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한국군 일반 전투복 전체에 어느 수준의 난연 성능이 적용됐는지, 전 장병에게 보급이 완료됐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 섬유업계, 난연성과 적외선 위장 기능 결합
국내 기업들도 군복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첨단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일방직은 2023년 화염 저항 성능과 근적외선 위장 기능을 결합한 전투복 원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군복의 난연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야간투시 장비로 관측되는 환경에서 위장 성능을 높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군복이 사람의 눈에 보이는 색상과 무늬를 통해 위장 효과를 얻는다면, 근적외선 위장 기술은 특정 파장 영역에서 원단이 반사하는 빛의 특성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다만 근적외선 위장 기능이 열화상 카메라를 포함한 모든 적외선 탐지 장비로부터 병사를 숨겨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군은 전투복뿐 아니라 항공 조종사복과 궤도차량 승무원복 등 특수 피복 분야에서도 난연 소재를 활용해 왔다.
미군과 한국군 군복 기술 비교
| 구분 | 미국군 | 한국군 |
|---|---|---|
| 일반 전투복 | 나일론·면 혼방 중심 | 합성섬유 혼방 소재 발전 |
| 난연 전투복 | FR ACU 등 별도 운용 | 특수 피복 적용 및 일반 전투복 개선 추진 |
| 화재 보호 | 난연·비융착 기술 구분 적용 | 비융착·난연 성능 강화 연구 |
| 위장 기술 | 가시광선·근적외선 위장 | 디지털 위장·적외선 위장 소재 개발 |
| 특수 군복 | 전차·항공 승무원용 난연 피복 | 조종사·궤도차량 승무원용 난연 피복 |
| 향후 과제 | 보호 성능과 경량·쾌적성 개선 | 개발 기술의 검증과 보급 확대 |
난연 군복, 전차와 장갑차에서 더욱 중요
화염 보호 기능은 특히 전차와 장갑차 승무원에게 중요하다.
전투차량 내부는 공간이 좁고 연료와 탄약, 전기장비 등이 밀집돼 있다. 피격이나 내부 화재가 발생하면 승무원이 탈출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열과 화염에 노출될 수 있다.
이때 군복의 소재와 구조는 화상 피해의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군은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승무원용 난연복과 다층 보호 의류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 역시 조종사복과 궤도차량 승무원복에 난연 섬유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난연 군복을 입었다고 해서 모든 화재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난연 소재는 불꽃의 확산과 화상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며, 장시간의 고열이나 폭발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군복 기술의 미래는 생존성과 전투 효율성
군복 기술의 발전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화염으로부터 장병을 보호하는 난연성, 적의 탐지를 어렵게 만드는 위장성, 장시간 작전에도 신체 부담을 줄이는 착용 편의성이다.
이들 기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호 성능을 높이기 위해 두꺼운 소재를 사용하면 무게와 열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가벼운 소재만 추구하면 내구성과 보호 성능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군복 개발에서는 난연성뿐 아니라 통기성, 땀 배출, 세탁 후 성능 유지, 원단의 내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군이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난연 군복을 별도 체계로 발전시켜 왔다면, 한국군은 기존 전투복의 화재 취약성을 개선하고 국내 첨단 섬유기술을 실제 군복에 적용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군복은 더 이상 단순한 제복이 아니다. 전장에서 장병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보호 장비이자 첨단 소재기술이 집약된 군사 장비다.
총탄을 막는 방탄복만큼이나 불길 속에서 군인을 보호하는 군복의 성능도 중요하다. 한국군의 미래 전투복 개발에서 난연성과 비융착 성능을 중요한 기준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