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정치적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아직 김주애를 공식 후계자로 발표하거나 당·정·군의 공식 직책을 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공개 행보와 의전 수준을 보면 단순한 지도자의 자녀를 넘어 잠재적 권력 계승자로 관리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주애가 처음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2022년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이었다. 이후 탄도미사일 발사와 열병식, 군부대 방문 등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김정은을 수행했고 점차 경제·외교·국가 기념행사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특히 2025년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동행하면서 김주애의 위상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당시 김주애의 방중 동행이 후계자로서의 서사를 구축하고 해외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유력한 후계자로서 위상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2026년 들어서는 상징성이 한층 강화됐다. 김주애는 새해 첫날 김정은, 리설주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처음 공개 참배했다. 북한 최고 권력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에서 김주애가 부모와 함께 앞줄 중앙에 배치됐다는 점이 주목됐다. 다만 당시 북한 매체는 김주애의 참배 사실을 기사 본문에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공식적인 후계자 선포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국가정보원의 판단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2026년 2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주애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지정되는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놨다. 군사행사와 외교 일정,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활동 영역이 확대된 점이 주요 근거로 거론됐다.
김주애가 군사 분야에서 보이는 행보도 눈에 띈다. 2026년 3월에는 신형 전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과거 사격장에서 소총과 권총을 다루는 모습까지 공개된 데 이어 군 통수권자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7월에는 이른바 북한의 ‘전승절’인 정전협정 체결 73주년 행사를 전후해 김정은과 함께 대성산혁명열사릉과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를 방문했다. 김주애가 해당 기념행사와 두 묘역 방문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처음으로 파악됐다. 김정은과 나란히 주요 의식에 참석하고 전쟁 노병들과 인사하는 장면도 북한 매체에 공개됐다.
이 같은 행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주애의 활동 영역이 군사에서 혁명 역사와 외교, 경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상징적 경험을 단계적으로 축적하는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김주애를 북한의 ‘공식 후계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부상했던 2010년과 달리 김주애에게 인민군 계급이나 노동당 직책을 공개적으로 부여하지 않았다. 이름과 생년월일조차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도 북한 내부에서 김주애를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김주애의 위상은 ‘공식 후계자’보다는 ‘가장 유력한 잠재적 후계자’ 또는 ‘후계구도에 진입한 인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다만 김정은이 김주애를 핵무력과 군사력, 백두혈통, 혁명 역사, 외교무대라는 북한 권력의 핵심 상징들과 지속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김주애에게 노동당 직책이나 군 관련 지위가 부여되거나 북한 매체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호칭이 사용되기 시작한다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이은 ‘4대 세습’ 구도가 사실상 공식화되는 결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