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북아평화공존포럼 토론회에서 ‘미중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공존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한반도 평화정책의 중심을 미중·조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아닌 한국 주도의 평화공존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발표문에서 “한반도 평화는 강대국 정상회담의 선물이나 조미정상회담의 부속 결과가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설계해야 할 생존의 질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관계 안정과 한반도 평화를 동일시하는 시각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미중 간 경쟁이 관리되는 수준으로 안정되더라도 이는 한반도 긴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조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공존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조미대화가 성사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체제 구축으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한국이 배제된 채 북미 간 제한적 거래가 이뤄질 경우 한국의 전략적 공간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일시적 대남 압박이나 협상용 수사가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통일·민족·화해 담론을 제도적으로 정리하고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전제로 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북한의 노선을 전면 부정하거나 그대로 수용하는 두 가지 접근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식 평화적 두 국가’ 구상을 제시했다.
이 구상은 북한을 정식 국가로 승인하거나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적대성을 수용하지 않고 전쟁 방지와 위기관리, 인도주의 협력 등을 제도화하자는 평화관리 전략이다.
김 교수는 ‘우리식 평화적 두 국가’의 핵심 원칙으로 △상대의 실재 인정과 적대성 불승인 △통일 지향 유지와 평화공존 제도화 △핵불용화와 군사위험 감축 병행 △남북관계의 조미관계 종속 방지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은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든 열리지 않든 작동할 수 있는 독자적 평화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기다리는 국가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공존의 기준과 순서를 스스로 제시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접경지역 주민 보호, 우발충돌 대응체계 구축, 위기관리 절차 제도화 등 북한의 호응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이 먼저 시행할 수 있는 ‘탈상호주의’ 평화관리 정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평화공존은 양보의 언어가 아니라 충돌을 관리하고 위기를 통제하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전략의 언어”라며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함께 지속 가능한 평화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교수는 오는 24일 열리는 국제정치학회 하계학술회의에서 이번 발표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