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지에서 조선고급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하는 ‘목요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거리 선전과 서명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학교와 동경한국학교가 모두 일본의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동경한국학교 고등부는 문부과학성이 지정한 외국인학교로, 고교 수업료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일본의 고교무상화는 학교가 수업료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보다 국가가 학생의 수업료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하는 ‘고등학교 등 취학지원금’ 제도에 가깝다. 일본 정규 고등학교뿐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국인학교가 지원 대상으로 인정받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해당 국가의 대사관을 통해 일본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사실을 확인받거나, 문부과학성이 인정한 국제적인 학교평가기관의 인증을 받는 방식이다.
동경한국학교는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문부과학성이 2026년 3월 1일 기준으로 공개한 지정 외국인학교 명단에도 ‘동경한국학교 중·고등부’가 올라 있다. 지원 대상은 고등부 1학년부터 3학년까지다.
따라서 동경한국학교가 고교무상화 적용을 받지 못한다거나 학교가 신청하지 않아 제외됐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학생별 국적과 재류자격, 거주 요건, 입학 시기 등에 따라 적용되는 지원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학교 자체는 지정 대상이다.
반면 조선학교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 정부는 2010년 고교무상화 제도를 도입하면서 조선고급학교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2013년 조선학교를 지정할 수 있었던 별도의 심사 규정을 시행규칙에서 삭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북일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다는 점과 조선학교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교육·인사·재정 운영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배제 근거로 들었다. 조선학교 측은 학생 교육권과 무관한 외교·정치 문제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조선학교들이 일본 각지에서 정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최종적으로 학교 측 패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문부과학성의 지정 기준과 처분이 행정기관의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본 변호사단체와 인권단체, 일부 국제기구에서는 학생을 정치·외교 문제와 연결해 지원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조선학교가 학교 차원의 노력만으로 곧바로 무상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현실과 차이가 있다.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국교가 없어 대사관을 통한 교육과정 확인 방식이 사실상 어렵다. 2013년에는 개별 심사를 가능하게 했던 규정마저 삭제됐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학교평가기관의 인증 등 다른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지만,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심사가 필요해 단순한 신청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2026년 4월부터 일본의 고교 수업료 지원제도가 개편되면서 외국 국적 학생과 외국인학교 학생 일부는 법률상 새로운 취학지원금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별도의 예산사업인 ‘고교생 등 신수학지원’을 통해 기존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2026년 3월 말 이전 재학생에게는 경과조치가 적용되고, 같은 해 4월 이후 입학생도 재류자격과 가구소득 등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류자격이 ‘유학’인 학생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결국 동경한국학교와 조선학교의 차이는 민족학교라는 명칭 때문이 아니다. 동경한국학교는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정규 교육과정과 일본 정부의 외국인학교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조선학교는 외교관계 부재와 일본 정부의 지정 규정 삭제, 학교 운영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겹치면서 국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조선학교 무상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의 노력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제도 변경과 새로운 지정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학생 개인의 학습권 문제와 북일 정치·외교 현안을 어디까지 분리할 것인지가 장기간 계속된 논쟁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