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이 한국 정부가 결정하지도 않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채 ‘미국의 이란 침략전쟁 가담’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통련은 손형근 의장과 재일 이란인, 일본인 등 약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9일 오후 도쿄 주일한국대사관 앞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요청 행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반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한통련이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작성한 요청서는 아직 검토 단계인 사안을 사실상 확정된 파병처럼 규정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비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것도 작전 환경과 안전 여건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대통령실은 프랑스와의 관련 협의 역시 파병을 전제로 한 논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군의 해외 파견이 추진될 경우에는 파견 방식과 임무에 따라 국회의 동의 등 국내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한통련은 요청서에서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함 등을 파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나아가 검토 단계의 사안을 “미국의 이란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어떤 임무와 방식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 가담’이라는 결론부터 내린 것이다.

이란 외무성의 경고를 비판 없이 요청서에 인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란 측은 한국군의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미국을 지원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심각한 결과를 경고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교적 압박으로 볼 수 있지만, 한통련은 이러한 위협성 발언을 그대로 파병 반대 논리로 활용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원유와 에너지 수송에서 핵심적인 해상 통로다. 선박 공격과 항행 방해가 이어질 경우 한국 국민과 기업, 선원들의 안전은 물론 에너지 수급과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현지 상황과 국제 공조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파병의 필요성과 위험성, 임무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과 장병의 안전, 이란과의 관계도 충분히 따져야 한다. 하지만 반대 주장을 펴기 위해 검토를 결정으로 바꾸고 해상 안전 확보 논의를 침략전쟁 가담으로 단정해서는 합리적인 공론이 이뤄질 수 없다.

특히 손형근 의장과 한통련이 한국 정부만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선박 공격과 항행 위협,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평화를 주장하려면 특정 국가의 경고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 선박의 안전과 무력 충돌을 막을 현실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 의사를 밝힐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확인된 사실이어야 한다. 손 의장과 한통련의 이번 행동은 파병 결정 이전에 ‘전쟁 가담’이라는 정치적 결론부터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화운동이라기보다 사실관계를 앞선 정치 선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