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광주 군공항 앞에서 광복절인 15일 반미 성향의 구호가 등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7일 관련 보도 등을 종합하면 ‘호남 반도체 성사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15일 광주 군공항인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정문 일대에서 ‘8·15 광주 군공항 에워싸기 호남총궐기’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광주·전남지역 촛불행동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행사 명칭에는 ‘호남 반도체 성사’가 내걸렸지만 현장에서는 미국과 주한미군을 직접 겨냥한 구호가 잇따랐다.

집회장에는 ‘호남반도체 방해하는 미7공군 규탄한다’, ‘미국방해 물리치고 호남반도체 성사하자’ 등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과정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구호도 외쳤다. 집회 말미에는 군공항 담장을 따라 현수막과 리본을 설치하고 종이비행기를 담장 안쪽으로 날리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이번 집회의 배경에는 광주 군공항 부지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개발하고 군 시설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7년 일부 부지에서 반도체 팹 착공을 시작하고 2029년 1차 팹 완공, 2030년 양산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광주 군공항은 단순한 한국 공군기지만은 아니다.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 가운데 한 곳으로 평시 미 공군 작전부대가 상시 주둔하지는 않지만 유사시 미군 항공전력이 전개되는 시설이다. 일부 시설과 구역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미국 측에 공여돼 있어 전체 부지 활용을 위해서는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

미 7공군도 앞서 광주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이 호남 반도체 사업 자체를 반대하거나 방해한다고 공식 발표한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측의 군사적 이해관계 표명과 집회 주최 측이 주장하는 ‘반도체 사업 방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2028년 중순까지 광주 군공항 기능을 다른 군공항 등에 임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확보할 수 있는 탄약고 부지 등을 활용해 군공항 전체 이전이 끝나기 전부터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지역 숙원사업으로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군공항 이전이라는 산업·지역개발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투쟁의 무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광주 군공항 부지를 둘러싼 앞으로의 핵심은 반미 구호가 아니라 정부가 한미 협의를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예정된 반도체 투자 일정을 현실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