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는 한민족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민족 정체성이 담긴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최근 백두산 관광의 현실을 보면 천지는 사실상 중국 관광산업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백두산 천지의 주요 관광 코스는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와 바이산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북파와 서파, 남파 일부 코스까지 중국이 도로와 셔틀버스, 케이블카, 관광안내 시스템 등을 구축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연간 수백만 명이 중국 측을 통해 백두산을 방문하며 관광수입도 대부분 중국이 가져간다.
반면 한국 관광객 역시 대부분 중국 여행사를 이용해 백두산을 방문한다. 국내에서 백두산을 직접 연결하는 교통망이나 관광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을 통한 남측 관광도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사실상 길이 막혀 있다.
더욱이 중국은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 브랜드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제공항인 창바이산공항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 리조트와 온천, 스키장, 호텔 등을 연계한 사계절 관광벨트를 구축했다. 각종 홍보물과 국제 관광박람회에서도 '창바이산'이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마케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익숙한 '백두산'이라는 명칭보다 '창바이산'이 해외 관광객들에게 먼저 알려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백두산이 한국 민족사에서 갖는 의미보다 중국의 유명 자연관광지라는 인식을 먼저 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영토 주권의 측면에서 중국은 자국 영토에 속한 지역을 개발하고 관광상품화할 권리가 있다. 실제 백두산 천지는 중국과 북한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관할 구역에 대한 관광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두산은 단군 신화와 민족의 영산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한국 국민이 직접 개발하거나 관리, 홍보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백두산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국제사회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 측 백두산 관광과 공동 문화유산 협력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백두산 천지는 여전히 한민족의 정신적 상징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현실에서는 이미 중국의 대규모 관광 브랜드인 '창바이산'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역사적 상징성과 관광산업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다.

